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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즐기는 할로윈 축제.  Photo by Edgar Perez

 

할로윈 축제는 무척이나 재밌는 것이 많다. 다양하고도 참신한 괴물 분장, 죽음과 관련된 재밌는 상품들, 할로윈을 소재로 한 재밌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것들이 생각난다. 예전에 할로윈 축제를 준비로 관장식이나 해골 작품을 만들었던 기억도 난다. 죽음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날인 만큼, 죽음과 삶이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날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죽음은 평소 잘 인지하지 못할 뿐 항상 곁에 있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결코 멈출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이다. 목에 나는 두뚝 소리는 점점 심해지고, 어깨 근육은 점점 딱딱해지며, 관절은 더 아프게 쑤시는 걸 보면 하루하루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늙어가는 과정 일러스트.

 

이제 죽음의 마지막 단계를 소개할 차례로 매장과 화장이 남아있다. 하지만 단순히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고 끝나는 것이다. 전부 절차가 있고, 필요한 증명 서류들이 있다.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잘 못하면 죽어서도 땅에 묻히지 못하고 영원히 차디찬 냉장고에서 누워있어야 할 수도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기는 싫다. 현실적으로 잘 죽기 위해, 그리고 유족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다가오는 할로윈 때는 나의 죽음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떻까?

 

 


 

[ 안치소에서 ]

망자들의 교차로

 

모든 시신의 마지막 단계는 안치소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서류들과 증명서들이 안치소에 누워있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증명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또 한번 검사가 있다. 바로 안치자들이다. 이쯤이면 시신도 살아생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고, 누워있는 공간도 침대가 아닌 그보다 작은 관 속이다.

 

지금까지 계속 검사를 받고도 안치소에서도 또 검사를 한다... 

 

안치자들은 관 뚜껑을 열고 시신에 훼손된 곳이 없는지 규정대로 제대로 처리되었는지를 검사한다. 입은 닫혀있는지, 눈은 감겨 있는지, 오물이 묻어있는지를 검사한다. 참고로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 보정물들도 검사 대상에 해당한다. 옷의 경우 플라스틱 섬유는 금지되며 신발도 허가되지 않는다. 장신구는 책임소재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한될 수 있다.

 

안전하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부폐되지 않는 것들을 걸러내는 것이 검사의 목적이다. 보청기나 인골 관절등 생명유지 기구 정도는 가능하지만, 돈이 좋다고 관속에 넣었다가는 이 단계에서 전부 수거당한다. 갈 때는 검소하게 자연의 것들만 챙겨가는 게 좋다.

 

참고로 관에는 작은 쪽지가 부착된다. 관의 맨 끝에, 가족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곳에 있다고 한다. 쪽지의 내용은 다름아닌 바로 시간표인데,  추모식이 어느 정도 진행될지 예상 시간이 적혀있다고 한다. 대략적인 45분 정도인데 경험이 많고 배려심이 있는 장례업체라면 그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책정해준다고 한다. 나중에 나의 유족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서에 이런 내용을 작성해두면 도움이 된다.

 

대략 45분 정도라고 책정되어 있습니다. 표준적으로 걸리는 시간입니다. 자상한 장례업체는 언제나 두 배로 예약을 해 두는데, 눈물을 흘리는 중에 누구라도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시간표를 잘 짜야 일정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 폐 관 ]

망자들의 교차로

 

이제 시신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이다. 또한 사람의 손길이 닫는 가장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이 단계는 장례사와 관련 의사가 담당한다. 이때까지 과정에서는 관의 뚜껑을 완전히 덮지 않는데 바로 이 마지막 검사를 위해서다. 의사는 차갑게 식어버린 시신을 검사하며 이상이 있는지 관찰한다. 사망진단서나 사망증명서에 기록된 내용과 다른 것은 없는지, 훼손된 흔적은 없는지 등을 검사하고 이상이 없다면 장례사는 관 뚜껑을 닫는다. 

 

관 뚜껑이 닫히는 순간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장례사는 관을 실링테이프 혹은 고정 기구 등을 사용하여 관을 완전히 봉한다. 한 번 봉한 관은 이제 열리지 않는다. 이제 안치소를 떠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게 된다. 참고로 화장을 해도 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관 채로 불로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화장이든 매장이든 똑같이 입관식이 진행된다. 

 

 


 

[ 화장, 매장 ]

시신이 비로소 흙으로 돌아갈 때

 

죽음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단계이다. 하지만 화장이나 매장을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수많은 검사를 거치고, 얼마나 큰 슬픔을 겪어야 하는지 알아보고 나니 죽음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치소에서 떠난 관을 저장소나 화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을 운구라고 한다. 가만 보면 운구하는 사람은 항상 6~8명 정도이다. 이게 뭔가 예절이나 전통적인 이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관이 무거워서 적어도 6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후 운구차에 실리고 매장 저장소나 화장소로 향하게 된다.

 

관을 옮기는 운구 작업이 시작된다.

 

매장을 할 경우 우선 저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장례업체를 통해 예약된 매장소를 선택하며, 운구하기 전 미리 매장을 준비해 놓는다. 관이 도착하면 접수 확인 후 하관하고 각각에 맞는 절차가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서 매장후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고, 종교가 있는 경우 목사의 장례 기도가 이어질 수 있고, 불교의 경우 특정한 영결식이 있을 수 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인데, 서양의 경우 납골당(Burial Vault)의 경우 우리나라 무덤과 달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보통 영화에서 나오는 납골당은 석관 밑에 여러개의 관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어 가족묘처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서양의 경우 납골당에 매장하는데 층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출처 : 나무위키

 

화장의 경우는 안치소에서 화장소까지 운구하여 이후 화장이 진행된다. 저자가 있는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화장문화가 점점 발달하고 있다고 하였다. 어떤 경우는 유리창이 있어 화장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화장은 2번에 걸쳐 진행된다고 설명하였다.  첫 번째 연소에서 남은 것들을 두 번째 연소로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연소 온도는 800도에서 1500도까지 다양하다. 연소 후 남은 유골을 곱게 빻는 것을 분골이라고 하고, 이것을 모아 유골함에 담는다. 이후 안치소에 안치되거나 유가족한테 전달되고 화장이 마무리된다.

 

무연무취에 친환경설비로 점점 개선되고 있는 화장기술. 출처: 서울추모공원의 화장로

 

이제부터 죽음은 주변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화장과 매장은 죽음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명이자 상징이다. 단순히 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 상실감과 마음의 고통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목소리, 눈길, 감촉, 성격, 감정, 힘, 능력, 경험 등 그 사람을 나타내는 모든 것을 잃어가는 것이다. 

 

 

 

 


 

[ 동반 손실, 추구 행위 ]

사랑하는 사람들을 읽은 살람들의 모임 The Trible of After.

 

 

나는 종종 내가 했던 일을 까먹는다. 뭐 했더라 하고 찾아보려면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 보거나, 혹시 남겨진 기록이 없나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만일 내가 죽는다면 이런 정보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나와 관련된 모든 정보도 같이 죽게 된다. 나아가 내가 언젠가 갖게 될지도 모르는 자신들, 성취했을지도 모르는 꿈,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경험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자신으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들을 동반 손실이라고 한다. 일종의 지적재산의 손실인 셈이다.

 

구겨진 시장보기 쪽지조차도 그 안에 당신의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의 방의 무질서조차 더 이상 화나게 하는 무엇이 아니라 기념비가 됩니다. 남겨진 이의 슬픔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은 이 물건들이 가진 두 번째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서 경험 있는 이들은 한 가지 조언을 합니다. 누구든 그들을 도와주려거든 물어보기 전에 씻지도, 버리지도, 정리하지도 말라고요.

 

 

내가 방을 정리하지 않는 것은 나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이지. 후훗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모임들이 있다. 동아리나, 네이버 카페, 유튜브 채널, 오프라인 모임 등을 살펴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모임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고 들어보았다... 저자는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모임 이름은 the Tribe of After로 '그 후의 종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읽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슬픈지 공감하는 모임이다. (찾아보니 국내에는 저런 이름의 모임은 없는 듯하다...)

 

 

어느 사람이건 자신한테 맞는 모임이 있는 법.

 

 

남겨진 사람들은 꽤나 큰 고통을 겪는다. 떠난 사람을 사랑했던 만큼 더더욱...

어쩌면 남겨진 사람들 중에서는 목적도 없이 떠난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추구 행위라고 한다. 죽음을 확인하였지만 조금이라도 떠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과 흔적을 추적하는 것이다. 과거를 꼼꼼하게 조사하여 무엇이 사망의 원인이 었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죽음의 단서가 될 수 있었던 사건들, 남겨진 흔적 중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내용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게 심해지면 환청이나 환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보았다던가, 혹은 꿈에 나와서 뭔가를 알려주었다던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던가 등등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그 후의 종족은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자신의 체험을 공유하여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제 시간을 점점 흘러 2년이 지나간다. 이쯤 되면 떠난 사람의 기억이 많이 퇴색된다. 몇 달 동안 생생했던 기억들이라도 자연스럽게 잊혀진다고 한다. 빈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익숙해지고, 어깨 위에 가득했던 의미도 이제는 많이 견딜만해진다.

 

이제야 말로 떠난 사람은 과거가 된 것이다.

 

 


 

[ 마무리 ]

죽음은 아직도 수수께기

 

죽음은 가끔 초자연적인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임종하기 직전이 멀리서 사람이 사랑하는 자식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씩 버티다가 자식을 보자마자 죽는다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가 잠깐 안 본 사이에 죽었다는 경우도 있다. 죽음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시작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 만큼 그 과정 또한 아직 분명하지 않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 한 명이 있다고 했을 때 심리학자는 이 죄수를 이미 죽어가고 있는 사람으로 이해했습니다. 죄수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과 죽는 시간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수를 진찰한 의사는 절대 죄수를 죽어가는 사람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의 딜레마.

 

책을 읽으면서 죽음의 신비로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철학적인 시선과, 인문학적인 이해에 대한 글은 가끔씩 볼 수 있었지만, 죽음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룬 내용은 처음이었다. 죽음을 대비하는 것은 상조보험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죽음을 위해 꼼꼼히 준비하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유서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적으면 좋을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후회하는 내용을 조사한 것이 있다. 대략 건강, 유산, 꿈, 음식, 즐거움, 자신감에 대한 내용이다. 내 인생의 끝에서 보다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힘들 때마다 '죽겠다'라는 말이 나온다면, 죽기 위해서는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죽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

 

죽을 때 후회하는 것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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