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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넘치는 생명력의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그 요인이 사라질 때 비로소 죽음이 다가온다. Photo by Jeremy Bishop

 

죽음은 아직 불확실한 영역이다. 심지어 언제 죽음이 시작하는지 모른다. 그 기준도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

죽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반대로 삶이란 무엇이냐는 질문과 통한다. 삶은 생명을 의미하는데, 그럼 생명의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죽음이 숨을 멈추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듯이, 삶 또한 숨을 쉬는 것이라고 쉽게 정의할 순 없다.

 

저자는 죽음을 정의할 수 없기에 그 과정을 하나씩 조사하였다. 삶이 성장하는 과정이 있듯이, 죽음도 각각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피자의 생명은...

 

 


 

[ 사후경직 ]

액틴, 미오신, 아데노신삼인산

 

 

아마 죽음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과정은 바로 '사후경직'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횟집에서 신선한 회는 꿈틀거리고, 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신선한 고기가 살짝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체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면 모든 장기는 정지하기 시작하지만, 근육만큼은 예외이다. 이것은 근육이 있는 모든 생명이라면 예외 없이 따르는 법칙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점점 커진다. 이 중에서 근수축은 앤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 덕분이다. (자세한 건 위키를 참고 : https://ko.wikipedia.org/wiki/%EA%B7%BC%EC%88%98%EC%B6%95)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데노신삼인산(ATP)라는 분자가 작용하는데, 신기하게도 ATP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 에너지가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다.

 

아데노신 삼인산은 근육 수축, 신경세포에서 흥분의 전도, 물질 합성 등 살아있는 세포에서 다양한 생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기 화합물이다.  모든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ATP는 종종 세포 내 에너지 전달의 "분자 단위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린다. 출처 : 위키피디아 아데노신 삼인산

 

이렇게 축 쳐질 수 있는 것은 피로 + 아데노신삼인산 때문이다.

 

생명이 빠져나간 신체는 힘이 빠지면서 축 늘어진다. 하지만 점점 신체에 남아있는 에너지도 다 떨어지고,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 ATP는 근육을 이완시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액틴과 미오신으로 인해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한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은 이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종종 죽은 사람이 손을 든다건가, 강하게 주먹을 쥐는 등의 현상이 있는데, 이는 바로 사후경직 때문이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 검안 : 사망진단서 ]

지체없이 실행할 것.

 

검안은 한문으로 檢案(검사할 검, 책상 안)라고 쓴다. '(경찰관이나 검시관이 사체나 현장을)뒤에 남은 흔적이나 상황을 조사하고 따지다'라는 의미다. 이제부터 죽음을 인정받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검안에는 시력검사라는 의미도 있다. 혼동주의...

 

검안을 위해서는 검안의를 불러야 한다. 저자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는 별도의 연락번호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12나 119에 신고하면 된다. 단, 이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한다. 무조건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밤이라면 아침까지 기다려도 된다고 한다.

 

보통 검안은 '지체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하는데, 지체없이라는 말은 법조인들의 용어로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다. 저자는 이 말을 아래처럼 해석해주었다.

지체없이 라는 말은 행위에 대한 심사숙소를 허락합니다.
'정확히 언제 그렇게 할 준비를 마칠지는 당신에게 일임한다.  하지만 당신은 반드시 그것을 해야 한다. 그것도 정해진 기한 내'라는 뜻입니다. 

 

죽음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허락한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단지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과정을 하나씩 제대로 처리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검안의가 작성하는 사망진단서이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가 유명해진 적이 있었다. 삼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 : 아이엠피터

 

사망 후 48시간인 지나면 사체검안서를, 48시간 이전이라면 사망진단서를 끊어준다. 이 몇 장 되지 않는 문서가 정말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일반인의 민증에 비할 수 있다. 다만, 민증은 비교적 간단히 발급받을 수 있는 반면, 이 사망증명서는 그보다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검안의는 우선 죽음의 종류를 검안한다. 노환이나 질병으로 사망한 것은 자연사로, 그 외 외인사일 경우 자살, 타살, 사고사로 중 하나로 분류한다 (흔하진 않지만, 사인이 확인 불가한 경우도 있긴하다) 시체를 살펴보면서 흉기의 흔적은 없는지, 외부의 충격으로 손상된 곳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데, 심지어 두피, 눈꺼풀, 콧구멍, 귀 안, 목의 주름까지도 섬세하게 조사할 정도이다. 참고로 자연사인 경우에만 화장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화장하면 다시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망진단서는 망자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죠. 사망진단서 없이는 어떤 망자도 관에 들어갈 수 없고, 집을 떠날 수도, 운구차를 탈 수도 없습니다. 운구차에 오를 수도 없고,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땅에 묻히는 일은 절대 안 됩니다. 사망진단서가 없으면 망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사망증명서가 발급되었다면 드디어 한 인간이 죽고, 새로운 망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 기록 : 사망증명서 ]

사망진단서가 아니라 사망증명서입니다.

 

검안의는 이 사람이 죽었다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후에는 사망증명서를 작성할 차례가 된다. 사망진단서는 단순히 죽음에 대한 진단을 담지만, 사망증명서는 꽤 많은 양을 작성해야 하는 문서이다. 책에 이르길 아래와 같다.

 

검안의는 사망증명서를 펼칩니다. 겉표지. 두 부분. 복사본 4부. 8페이지. 12란. 채워넣어야 할 사항이 50~60가지나 됩니다. 또 50군데나 되는 네모 안에 예/아니오 대답을 표기해 넣어야 합니다.

 

질문이 너무 많다...

 

작성해야 할 질문들은 죽음의 종류, 시신을 인식한 방법, 시신의 상태 등등으로 꽤나 꼼꼼한 편이다. 이런 질문들에 답을 전부 확인하고 체크할 때까지는 대략 1시간~90분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사망증명서 양식이 이보다는 좀 단순한 것 같다. 

참고로 사망증명서도 증명서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나간다. 증명서를 발급받기 전 약간의 자금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찾아본 사망 증명서 양식. 대충 이런 내용들을 작성한다.

 

사망증명서가 작성되면 이제 시간제한이 생긴다. 죽음을 인정받은 시신은 24시간 이후 관에 들어가야 하고, 최대 36시간 동안 집에 머무를 수 있다. 96시간 이후에는 시신은 지하에 묻혀있거나 재로 변해있어야 한다. 장례식을 치르고 땅 아래 묻히는 데까지 약 10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 장례 : 장례업자 ]

남은 시간을 가장 잘 다루는 곳이 좋다.

 

이제 증명서 다음 과정은 바로 장례업자한테로 넘어간다. 장례업자를 미리 준비해놓았다면 바로 연락하여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마음에 드는 곳을 잘 정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큰 체인 회사이거나 전문적인 자격증을 갖추고 관련 협회에 가입한 업체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생각나는 곳은 몇 군데 없지만...)

 

유명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잘 못하면 죽어서도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장례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저자는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좋은 장례업자를 찾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는데, 우리나라라고 해서 딱히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중에 필요할 때가 생기면 체크리스트로 써먹으면 좋을 듯하다. 아래 리스트에 하나라도 체크가 된다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1.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독촉하거나 친절하지 않은 태도로 말하는가?
  2. 부탁에 대해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는가?
  3. 좋은 전문가를 대면해주는가?
  4. 장례업자를 한두 곳에만 연락해보았는가?
  5. 불쾌한 장례업자한테 취소를 요구하는 것을 꺼렸는가?
중요한 것은 장례업자가 죽음 후의 촉박한 시간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 하는 점이죠. 우수하고 경험 많은 장례업자는 지켜야 하는 기한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족들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중략)
결코 허풍에 속아 넘어가지 마세요. 양로원이나 병원에서 자기들과 전속으로 계약된 곳에서만 해야 한다고 하는 그런 주장 따위를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장례업자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자유입니다.

 

이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친구한테 보험을 잘 못 들어 놓으면 나중에 정말 중요할 때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듯이, 장례 또한 신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말대로 견적서나 약관을 꼼꼼하게 검토하자. 꼭 장례업체가 아니라 보험이나 각종 계약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귀찮아도 계약서, 약관, 견적서 전부 꼼꼼히 확인하자.

 

장례업자는 검안이 끝난 후 시신이 화장하거나 땅에 묻히기 전까지 과정을 담당한다. 하지만 죽었다고 해서 바로 그 다음날에 땅에 묻히는 것이 아니다. 그 전까지 각종 승인절차와 예법을 치를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전까지 시신을 전용 냉장고에 보관하기 때문에 보관비용이 발생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는 하루 45유로(약 6만원)정도이고 국내는 찾아보니 시간당 2500원 정도로 얼추 비슷하다. 죽어서도 돈이 필요하니 무일푼으로 죽었다가는 시신도 제대로 보존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PC방비를 아껴서 여기다 써야...)

 

참고로 이 비용 말고도 화장이나 매장비, 묘지 사용비, 배송비와 운송비, 매장 승인료, 경우에 따라서는 추도사, 문상객 음식 등등 꽤 많은 돈이 있어야 죽어서도 나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어떤 내용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나가는지는 장례업자가 친절히 설명해준다고 한다.

 

 


 

[ 알림 : 부고알림장 ]

아직 법적으로 죽음을 인정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제 죽음은 검안의한테 의학적으로 인정을 받고, 장례업자들한테도 알려졌고, 남은 것은 국가가 인정하는 단계이다. 장례업체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부고알림장을 준비하여 고객이 원하는 사망에 필요한 모든 업체와 기관을 찾아다니며 나의 죽음을 알리고 확인을 받는다. 묘지 관리소, 생명보험사, 공동묘지 회계사, 화장업체, 연급조합, 관할 주민센터의 장례 승인처 등이 해당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경찰서에서 허락을 해줘야 화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죽어서도 검토가 필요한 서류가 있다.. 젠장...

 

 


 

[ 입관 : 사망등기부 ]

나의 육신이 누울 한 평 남짓한 공간

 

이때쯤이면 사망신고서도 작성하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면 출생신고서를 적어 호적에 오르고, 죽으면 사망신고서를 작성하여 호적에서 제적되는 것이다. 참고로  작성시 신분증과 사망진단서나 사체검안서를 지참하고 사망을 인지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관할 주민센터에서 작성해야 한다. 1개월을 넘기면 과태료가 붙는다...

 

사망 신고서는 1개월 이내에 작성하여야 한다.

 

이로써 사망등기부에 등록된다. 법적으로도 죽음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번호가 부여된다. 즉, 이제 아무런 제한없이 매장하거나 화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법적으로도 승인을 받았다면 다음 과정은 바로 입관이다. 드디어 죽음의 대명사의 관이 준비된다. 저자는 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깔끔하면서도 자세하게 묘사하였다.

 

그들은 관을 망자의 침대 옆에 살짝 내려놓습니다. 나무로 짠 밝고 옅은 모래색의 관으로, 깔끔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모델이죠. 화장이 경우 많이 사용되는 표준 모델이며, 공장인도 조건으로 150유로입니다.

 

관도 여러 종류가 있다. 출처 :나무위키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장례업자는 시신을 염하고 깔끔하고 정단한 옷을 입혀준다. 어떤 경우에는 관에 꽃을 뿌려 장식을 하기도 한다. 남은 가족들이 인사를 하거나, 장례를 치르거나, 상을 지내거나, 경우에 따라 종교적인 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저자는 여기서 경험이 풍부한 장례업체의 노하우를 소개해주는데 죽음을 존경하고 슬픔을 배려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경험이 많은 곳이라면 이런 배려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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